- 님께 -
저는 질문하는 걸 좋아합니다. 정확히는, 질문을 멈추지 못하는 편에 가깝습니다.
철학에서는 이런 구조를 무한퇴행이라고 부릅니다. 어떤 주장이 참인 이유를 묻습니다. 근거가 나옵니다. 그런데 그 근거는 왜 참일까요. 다시 근거를 대야 합니다. 그 근거의 근거는 또 무엇에 기대고 있을까요. 이 과정은 원리상 끝이 없습니다. 어떤 지식도 완전히 떠받쳐지지 않는다는 뜻이고, 그래서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사슬을 어딘가에서 끊어내려 했습니다.
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사람들에게 했던 일이 그랬습니다. 용기란 무엇입니까. 상대가 답하면 그 답의 전제를 다시 묻습니다. 그렇게 몇 번을 되묻다 보면 대개 상대가 막힙니다. 안다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아무 바닥 없이 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.
아리스토텔레스는 움직임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부동의 원동자를 놓았습니다. 다른 것을 움직이게 하지만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, 거기서 질문이 멈춥니다. 데카르트는 의심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의심한 끝에,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만은 의심할 수 없다는 자리에 도착했습니다. 방식은 다르지만 결론의 의미는 같습니다.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하나 마련하는 것입니다. 근원이 되는 이유가 있어야 그 위에 무언가를 세울 수 있습니다.
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질문은 세계의 근원을 향하지 않습니다. 대개 자신의 삶으로 향합니다. 저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합니다. 왜 다른 일이 아니라 이 일을 하고 싶은가. 그 일이 나에게 왜 의미가 있는가. 몇 번만 되물으면 더 물러설 곳이 없는,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질문들이 남습니다.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, 무엇을 좋다고 여기는가와 같은 것들입니다.
거기서부터는 근거를 대기가 어렵습니다. 왜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느냐고 물으면, 생각보다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기 어렵습니다. 하나의 예로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면, 그 공정한 교육의 기회는 왜 가치 있는 일일까요? 가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요?
저는 아직 제 지점을 찾아가는 중입니다. 어떤 결정을 내려놓고도 그 근거를 다시 묻고, 그 근거가 충분한지 또 묻습니다.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밤이 지나가는 날도 있지만, 그렇게 한 단계를 내려갈 때마다 바닥이 조금씩 또렷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. 멈추는 자리는 정답이어서 멈추는 게 아니라, 거기서부터 살아보기로 했기 때문에 멈추는 것일 테니까요.
여러분도 질문 하나를 정해서 끝까지 따라가보시면 좋겠습니다. 왜 이것을 하고 있는가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. 세 번만 되물어도 평소에 안 가보던 곳에 도착할 겁니다.
질문을 계속했을 때, 어떤 질문 앞에서 멈추셨나요?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어떤 결론에 도달하셨나요?
아침이 아닌 저녁 시간으로 생각편지의 발송 시간을 바꿨는데, 이번 금요일도 공휴일이라 다음 주에 어느 시간대가 더 좋은지 한 번 더 여쭤보겠습니다.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.
- 생각편지 드림 -